20대 그녀에게 전하고픈 여행에 대한 5가지 메시지
그 누구보다 여행을 사랑하고 자유를 즐기는 내가 벌써 10년째 회사 생활을 하고 있다고 대학 동창들에게 말하면 누구나 놀란다. 교실 안보다는 도서관 앞 야외 카페에 앉아 마시는 냉커피의 낭만이 좋아 수업을 몇 번이나 자체 휴강한 이력을 봤을 때,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내가 이렇게 꾸준히 한 직장을 오래 다니는 것을 상상도 못하겠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쉼 없이 사회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던 그 비밀은 정말 간단했다. 난 틈만 나면 여행하는 것을 즐겼다. 그곳이 국내이든 해외이든 말이다.
여행을 하고 나면 또다시 일을 해서 내 잔고를 채워놓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고, 잠시 나의 마음을 복잡하게 만들었던 것들에서 떨어져 지내면서 그것이 얼마나 내 인생의 하찮은 일들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 마주치게 된 난관과 좌절,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에 떠났던 여행, 그것이 바로 10년을 버틸 수 있었던, 그리고 앞으로를 버티게 할 힘인 것이다.
여행을 떠날지 말지 고민하는 그녀들에게, 여행을 가서 살지 말지 고민하는 그녀들에게 전하고픈, 서른 살 언니의 다섯 가지 메시지.
1. 젊었을 땐 무조건 밖으로 나가야 된다.
휴식을 할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에 있는 것이 재충전에 좋다는 어른들도 있다. 얼마 전에 여행 다녀왔으면서 어디를 또 가냐고 얘기하는 상사도 있었다. 하지만 모든 것은 때가 있는 법. 젊었을 때는 되도록 집 안에 있지 말고 밖으로 나가 만나고, 경험하고, 느끼는 게 남는 거다. 월요일이 공휴일이라 운 좋게 3일 연속 쉴 수 있는 연휴나 구정, 추석 연휴, 혹은 여름 바캉스 시즌과 겨울 크리스마스 시즌, 회사에 눈치가 보이지 않는 선에서 난 항상 어디든 갈 수 있는 비행기 티켓이나 기차표를 끊었다. 언제든 떠날 수 있는 20대, 젊었을 때 더 자주, 더 멀리 떠나봐야 한다. 그 자유롭고 즐거운 시절은, 생각보다 그 끝이 멀지 않다.
2. 눈치 보지 말자
1학년 때 학교의 영자신문사 동아리에 들어갔는데, 여름, 겨울 방학에도 학교를 나와서 단체로 기사 작성 교육을 받으라고 했다. 기말고사가 끝나자마자 긴 여행을 계획하고 있던 나는 동아리 선배의 지시에 어쩔 수 없이 그 첫 번째 방학을 아무도 없는 학교에 나와서 기사 작성을 위한 지루한 수업을 들었다. 그 다음 방학, 또 똑같은 수업을 들어야 한다고 했다. 결국 난 그 동아리를 나왔다. 기자의 꿈이 있었다면 모를까. 나에게 그곳은 동아리 그 이상의 의미가 아니었고, 또 원하지 않는 것을 하며 내 소중한 방학을 허비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대신 난 캐나다 토론토로 한 달 동안 떠났다. 이민자들이 많은 캐나다에는 생각보다 많은 무료 영어 클래스들이 많았고, 난 거기서 지금까지도 페이스북으로 연락하고 지내는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유학을 가본 적은 없지만, 큰 돈 안 들이고 유학생활을 살짝 경험해 볼 수 있었던 것은 덤이다. 만약 내가 동아리 선배의 눈치를 보면서 원하지도 않는 것을 하며 나의 소중한 대학 생활 방학을 보냈다면 결코 얻을 수 없었을 소중한 경험이다.
3. 적은 돈으로 떠나는 여행, 20대에만 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다.
30대 중반이 된 지금, 어디 여행을 가려고 한다면 인스타그램을 통해 좋은 숙박시설부터 찾고 본다. "여행의 기본은 좋은 숙소이지" 라는 마음으로 여행 경비의 절반 정도를 뚝 떼어내 호텔비로 지출한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아무리 좋은 호텔에서 묵었다고 하더라도, 내 인생을 돌이켜볼 때 20대 때 적은 예산을 가지고 묵었던 게스트하우스, 홈스테이, 그리고 그곳에서 만났던 사람들이 더 생생하게,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다. 파스타 먹을까, 리조또 먹을까 남은 예산에 맞추어 한참 고민 후에 먹는 파스타는 그 어느 때보다도 맛있었다. '일단 여행 왔으니 다 시키고 보자'라고 생각하는 '어른'이 된 지금보다는 내 눈앞에 놓인 한 그릇의 음식에 들어갔던 재료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으려고 즐길 수 있었던 것이 오히려 더 '여유'가 있었다. 경제적 여유보다 마음의 여유는 여행을 더 풍부하게 채워준다.
4. 여행 가방을 채우려고 하지 말자.
이 부분은 나도 많이 후회되는 부분인데, 항상 여행을 가면 무언가를 바쁘게 사려고 돌아다녔다. 이태리를 가면 연예인 누가 쓴다는 수분크림, 포장이 왠지 멋져 보이는 치약, (아마도 중국에서 만들었을) 베니스 무라노 목걸이 등을 가족 수, 친구 수대로 양손 가득 들고 왔다. 이것을 사지 않으면 손해일 것만 같다는 생각에 바리바리 싸온 그 물건들을, 얼마 전 창고 정리를 하면서 발견했다.
5. 가끔은 엄마와 떠나자
내가 결혼하기 전에 한 일 중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은 엄마와 프랑스, 스페인 여행을 떠난 것이다. 20대가 되면 그 어느 때보다 더 넓고 좋은 세상을 구경하게 되고, 그럴 때마다 이런 좋은 곳은 한 번도 안 와보시고 매일 복닥복닥 일상을 사시는 엄마에게 한없이 미안해질 때가 있다. 어느 순간 나 혼자 좋은 구경하는 것이 미안해져 여행이 재미 없어질 때도 있다. 엄마는 지금도 '여행은 우리 딸이랑 해야지 제일 재미있다'면서 10년 전 그때 여행을 추억하신다. 딸과 여행을 하면 서로 불편한 것을 마음에 담아둘 필요도 없고, 쉬고 싶을 땐 언제든지 쉬어가며 수다를 떨 수 있다. 단체 관광 패키지에서 억지로 짜 맞춘 싸구려 식당 대신에 정보력 빠른 딸이 엄마 취향에 맞춰 골라준 식당에서 맛있는 식사를 즐길 수도 있다. 엄마와 멀리 떠나는 여행, 그 또한 20대만의 특권이다. 이제 환갑을 넘기신 우리 엄마는 예전보다 무릎이 많이 아프셔서 잘 걷지 못하신다. 엄마도, 딸도 역동적으로 다닐 수 있는 여행, 20대에 꼭 해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