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행의 기억들 중 가장 배고팠던 날의 장면을 떠올리면 프랑스 아를의 원형 경기장 앞에 쭈그리고 앉아 딱딱한 바게트를 뜯어먹던 것이 생각난다. 그때 나는 '이렇게 딱딱한 바게트를 먹다가는 입술이 찢어질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소매치기를 당해서 수중에 돈이 없었던 것도 아니고, 여행 일정에 비해 경비가 턱없이 부족했던 것도 아니었는데 나와 친구는 자주 바게트로 대충 점심을 때우곤 했다. 여행이 끝나갈 무렵에는 진짜로 돈이 없었다. 베네치아에서 현금 카드를 잃어버리는 바람에 가지고 있던 돈으로 겨우겨우 여행을 마무리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대학생 때 떠났던 그때의 유럽여행 사진을 가끔씩 들춰볼 때마다 '돈 아낄 생각 말고 하나라도 더 해볼걸'하는 생각을 매번 하곤 한다. 유럽의 비싼 물가에 뭐 하나 할 때마다 손이 떨려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려대느라 바빴던 그때의 나는 유럽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이런 결심을 했었다. 나중에 유로를 다발로 들고 와서 다시 꼭 유럽을 여행하겠다고. 이렇게 쓰고 나니 나의 아름다웠던 첫 유럽 배낭여행을 너무 궁상맞게 만들어버린 것 같아 스스로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유럽배낭여행 추천 루트
파리 - 인터라켄 - 루체른 - 취리히 - 뮌헨 - 프라하 - 잘츠부르크 - 할슈타트 - 비엔나(빈) - 자그레브 - 플리트비체 - 두브로브니크 - 바리 - 나폴리 - 폼페이 - 소렌토 - 로마 - 피렌체 - 베니스 - 밀라노
먼저, 유럽배낭여행 추천 루트를 소개한다. 한달기준으로 프랑스, 스위스, 독일, 체코, 오스트리아, 크로아티아, 이탈리아 총 7개국 20개 도시를 여행한다.
예술과 낭만의 도시인 파리에서 출발하여, 아름다운 알프스 호수의 도시인 인터라켄에서 융프라요흐를 보고, 필라투스산, 리기산, 티틀리스산을 끼고 있는 스위스의 인기관광지인 루체른에 머문다.
아름다운 자연경관으로 유명한 국제 금융의 도시인 취리히에서 여행을 하고, 남부독일의 중심지인 뮌헨으로 넘어간다. 맛있는 맥주와 소시지를 먹었다면 문화의 도시로 유명한 체코의 수도 프라하로 가자.
모차르트의 고향이자 영화 사운드오브뮤직의 촬영장으로 이름이 알려진 잘츠부르크에서 예술의 혼을 느껴보고,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가 있는 할슈타트로 간다. 수많은 예술영화에 등장했던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에서 낭만적인 밤을 보내고, 연중 수백만명이 찾는다는 크로아티아의 자그레브에 머문다.
요정이 나올 것만 같은 플리트비체에서 멍때려보고, 동유럽 최고의 휴양지라는 두브로브니크로 떠난다.
이탈리아 3대 미항중 하나인 나폴리에서 카프리섬도 가보고, 화산폭발로 한순간에 잿더미가 된 폼페이도 구경한다. 이탈리아 로마, 피렌체, 베니스에서 유럽여행을 마무리한다.
유럽배낭여행 추천 경비
총 300만원
항공권 80만원 - 파리 IN, 밀라노 OUT
교통비 70만원 - 유레일패스
숙소비 90만원 - 한인민박 도미토리
식비 30만원
기타(문화체험비) 30만원
30일 기준으로 빡빡할 수 있지만, 아래 유럽배낭여행경비 아낄 수 있는 팁을 자세히 보고 참고하면
더 줄이기도 가능하다! 알뜰살뜰하게 유럽여행을 다녀오자.
교통비 아끼기
유럽여행을 준비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철도를 이용하여 이동하고, 이를 위한 유레일 패스를 구입할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유럽 전역은 철도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기차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편한 방법이기는 하다. 하지만 유럽 철도 자유 이용권격인 유레일 패스를 이용하는 것이 결코 저렴하지가 않다. 일단 패스 자체의 가격이 비싸고 예약이 필수인 구간은 예약 수수료가 들어가기 때문에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게 된다. 자유로운 루트와 일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유레일 패스는 분명 큰 장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일정과 루트를 어느 정도 확실히 정해놓고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유레일 패스보다는 구간권을 예약하여 이용하는 것이 훨씬 더 저렴할 수 있다. 일찍만 예약한다면 말이다.
* 이탈리아의 경우 트랜이탈리아(www.trenitalia.com) 를 통해 미리 예약하면 슈퍼 이코노미 운임으로 기차를 예약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4~5개월 전부터 표가 풀리기 시작하나 미리미리 체크해두는 것이 좋다. 로마 - 피렌체 구간 최저 운임 9.9유로, 로마 - 나폴리 구간 최저 운임 11.8 유로 등 굉장히 저렴하다. 뿐만 아니라 운이 좋으면 1+1 프로모션 운임을 이용할 수도 있다. 예약취소는 불가능하니 일정이 확실하게 정해진 여행자라면 이용해 볼만하다. 트랜이탈리아가 국영철도라면 '이딸로(www.italotreno.it)' 페라리사에서 투자하여 운영중인 민영 철도인데,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아 훨씬 쾌적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아직 노선이 많지는 않지만 일찍 예약하면 트랜이탈리아와 비슷한 운임으로 이용할 수 있으니 참고하자.
* 프랑스의 경우 프랑스 철도청 사이트 (http://en.voyages-sncf.com/en/) 를 이용하면 된다. 이 사이트를 통해 기차뿐만 아니라 버스도 예약이 가능하다. 프랑스에서의 도시 간 이동이 여러 차례 계획되어 있다면 기차 요금 할인카드인 'carte jeune'를 만들어두면 좋다. 만 18세부터 만 27세까지 50유로의 연회비를 내면 이 카드를 만들 수 있다. 운임의 30%까지 할인이 가능하니 2~3회만 이용해도 연회비로 지불한 금액을 회수할 수 있을 정도로 할인폭이 쏠쏠하다.
* 스페인을 여행하기에는 기차보다 버스가 좋다. 알사버스 (https://www.alsa.es/en/home) 는 저렴한 운임은 물론 편리한 예약 시스템까지 갖추고 있어 스페인을 여행하는 사람들의 발이 되어주고 있다. 프로모션 운임으로 마드리드 - 그라나다 구간이 최저 9유로, 마드리드 - 바르셀로나 구간이 최저 5유로이니 이 역시 반드시 잡아야 하는 기회가 아닐까?
식비 아끼기
1. 한인민박 이용하기
식비 아끼겠다고 도시마다 길거리 케밥집과 맥도널드를 전전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식비를 아낄 수 있는 바람직한 방법은 한인민박을 이용하는 것이다. 집 떠나 고생하다 보면 한국밥 생각이 간절해지는 순간이 반드시 찾아온다. 여행 중에는 한 끼를 먹더라도 제대로 먹는 것이 돈을 버는 일임을 잊지 말자. 대부분의 한인민박에서는 한식으로 된 아침밥을 제공하며, 저녁밥까지 제공하는 곳도 있다. 저렴한 숙박비에 식사까지 제공하니 본인의 취향과 일정에 맞게 한인민박을 적극 이용한다면 제대로 된 끼니를 챙기면서 식비까지 절약할 수 있다.
2. 레스토랑 할인 예약 플랫폼 THE FORK 활용하기
THE FORK(http://www.thefork.com) 를 통해 테이블을 예약하면 많게는 단품 메뉴 가격의 50%까지도 할인을 받을 수가 있으니 주머니 가벼운 배낭여행자들에게는 놓칠 수 없는 기회이다.
어플을 다운로드하여 이동하는 도시마다 THE FORK에서 추천하는 레스토랑 리스트를 훑어보자. 프렌치나 이탈리안 레스토랑뿐만이 아니라 중국, 일본, 인도, 아랍까지 다양한 나라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들이 소개되어 있다. 어플을 통해 트립어드바이저 리뷰를 확인할 수도 있다. 망설이지 말고 이용해보자.
박물관 / 미술관 등 관광명소 입장료 아끼기
1. 국제학생증으로 학생 할인 챙기기
관광명소들을 둘러볼 때마다 결코 싸지 않은 입장료들을 지불하다 보면 나중에는 명소로 알려진 곳들은 들어가기가 망설여지게 된다. 다행히도 유럽은 '학생 신분의 여행자'에 대한 배려가 깊은 곳이다. 국제학생증을 제시하면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포함한 대부분의 관광명소로 입장료는 물론 극장이나 경기장 관람료까지 다양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레스토랑, 펍, 바와 같은 곳에서 뜻밖의 학생 할인을 해주기도 한다. 심지어 쇼핑을 할 때도! 특히 영국은 국제학생증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을 수 있는 나라이니 영국에서 돈을 내야 할 일이 있으면 일단 눈치껏 '학생할인'이 가능하냐고 물어보자.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할인을 받는 행운이 생길지도 모른다.
2. 무료입장 요일과 시간 노리기
학생할인과 더불어 무료입장이 가능한 요일이나 시간대를 잘 이용하여 일정을 짜면 입장료에 들어가는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많은 여행자들이 이용하므로 대기 시간이 길어질 수 있지만 '무료'이니 기꺼이 견딜 수 있는 불편이 아닐까?
- 영국은 국제학생증이 아니더라도 상시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많으니 참고하자. (대영박물관, 자연사 박물관, 내셔널갤러리, 빅토리아 앤 알버트 박물관, 과학박물관, 테이트 모던 갤러리, 런던박물관, 런던 스카이 가든 등)
- 프랑스 파리에서는 매월 첫째 주 일요일 대부분의 박물관과 미술관이 무료로 개방된다.
(루브르 박물관, 오르셰미술관, 로댕미술관, 개선문 전망대 등) 루브르 박물관의 경우 매주 금요일 오후 6시부터 오후 9시 45분까지 야간 개장 시간에 만 26세 이하는 무료입장이 가능하니, 루브르 박물관의 야경을 눈에 담고 싶다면 들러보자.
스페인 마드리드에서는 마드리드 3대 미술관으로 꼽히는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 프라도 미술관, 티센 미술관 모두 특정 시간대에 무료로 개방된다.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은 매주 일요일 오후 1시 30분부터 오후 7시까지, 프라도 미술관의 경우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오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일요일에는 오후 5시부터 오후 7시까지, 티센미술관은 매주 월요일 12시부터 4시까지 무료입장이 가능하다.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과 프라도 미술관의 경우 학생은 무료이다. 바르셀로나의 피카소 박물관은 매주 목요일 저녁 7시 이후(학생 무료), 세비야 투우장 박물관 매주 월요일 오후 3시부터 오후 7시까지 무료입장이 가능하다.
- 이탈리아 로마에서는 콜로세움, 포로 로마노, 팔라티노 언덕 통합권이 매월 첫째 주 일요일 무료이고, 바티칸 박물관은 매월 마지막 주 일요일 무료입장이 가능하다.
무료입장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 굳이 일정을 변경할 필요는 없다. 유럽에 넘쳐나는 수많은 볼거리들 중에 위시리스트를 정하고, 일정에 맞추어 무료입장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계획을 짜보자.
# 여행 팁
1. 무조건 사전 예약하기
기차나 버스는 물론이고, 관광명소 입장권도 사전에 예약하면 훨씬 저렴하다. 비용 뿐 아니라 대기 시간도 줄일 수 있으니 유럽을 여행하는 동안에는 인터넷 검색 및 사전 예약을 습관처럼 해야 한다.
2. 저가항공 이용하기
유럽 내 장거리 이동의 경우 저가항공을 이용하면 비용과 시간을 많이 아낄 수 있다. 수하물 추가 요금이 있고 취소, 환불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일찍만 예약하면 버스나 기차보다도 훨씬 저렴하니 루트를 꼼꼼하게 살펴 현명하게 이용해보자.
3. 'City maps2go' 또는 'maps.me' 이용하기
오프라인으로도 위치 검색 및 내비게이션 기능을 이용할 수 있으니 여행을 시작하기 전 어플과 여행하는 도시들의 지도들을 다운로드 해두자. 여행 중 절대 길 잃고 헤매느라 고생할 일은 없을 것이다.
4. Meal Deal 이용하기
'Meal Deal' 이란 공연 관람권과 2코스로 구성된 저녁식사권을 패키지 묶어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는 것인데, 공연 관람 전 꽤나 괜찮은 레스토랑에서 간단한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 런던에서의 뮤지컬 관람을 계획하고 있는 여행자라면 이용해볼만 하다. 예약은 다음 사이트에서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