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살살 부니 낭만 흐르는 기차 여행이 생각난다. 설렘 가득 안고 홀로 일본 기차에 올랐다.
TV CF에서만 보던 일본 고양이들이 역무원처럼 가만히 서있는 모습은 마치 낯선 이방인의 마음을 알고 안내하려는 것만 같다.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경치를 감상하면서 허기를 느낀다. 부산에서 서울 가는 KTX 안에서 먹었던 코레일 도시락을 생각하며,
역에서 미리 에키벤 도시락을 구매했다. 여행의 참맛은 식도락이 아니던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도시락의 아름다움이라니, 에키벤에 대해 자세히 알아야만 할 것 같다.
맛까지 아름답다고 표현 할 수 있는 에키벤, 기차 여행에서 놓치면 안되는 5가지에 대해 확인하고 출발하자.
에키벤 이란?
'역'이란 뜻의 '에키' 에 '벤또(도시락)'의 '벤'을 합친 에키벤
일본 철도의 탄생과 함께 이미 100년도 넘는 역사를 지니고 있는 에키벤은 그 종류만 해도
2,500여 개가 넘는다. 규슈 지방의 고구마 튀김, 인도 카레, 한국 불고기, 영국 샌드위치, 미국 햄버거까지
일본 전국 특산물과 전 세계 대표 요리들로 구성되어 있다.
일본 전국 맛집을 찾아가지 않아도 손쉽게 지역의 특산물을 도시락 메뉴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 특별하다.
가격은 300엔 대부터 2,000엔 대까지 다양하지만 보통 1천엔 내외의 에키벤을 고른다면 실패할 일이 없다.
에키벤 종류 #1. 이카 산마이 벤또
규슈 사가현 요부코의 특산품인 오징어를 이용해 만든 에키벤이다. 다양한 오징어 요리가 들어 있어,
오징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이카 산마이 벤또는 규슈 에키벤 그랑프리에서 3위의 성적을 기록한 이력도 가지고 있으니 맛은 당연히 보장!!!
일본 후쿠오카 하카타는 약 2,0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다. 1241년부터 시작된 전통 민속축제인
'하카타 기온 야마카사' 시기에 맞춰 가는 걸 추천한다. 축제는 매년 7월 1일부터 15일에 걸쳐 진행된다.
판매역 : 하카타역
가격 1,100엔
에키벤 종류#2. 카레이가와 백년의 이야기
규슈 에키벤을 대표하는 도시락인 '카레이가와 백년의 이야기'는 몇 년간 규슈 에키벤 랭킹에서
1위를 독차지 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도시락이다.
관광열차 '하야토노카제' 내부에서 금, 토, 일 100개 한정 판매를 하기 때문에 일본 전국의 에키벤 매니아들이 찾아온다.
카레이가와역은 100년 전에 지어진 목조건물이다. 역 자체로 관광상품 역할을 하고 있다.
30분 정도 역을 감상할 수 있는데, 100년의 역사를 잘 보존하고 있다.
판매역 : 카레이가와역
가격 : 1,050엔
에키벤 종류 #3. 사가규 스키야키 에키벤
2012년 규슈 에키벤 그랑프리의 주인공인 '쇠고기 스키야키 에키벤'도 빼놓을 수 없다.
일본 전국에서 두 번째로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한 쇠고기를 이용해 만든 요리가 들어있다.
이 도시락도 금방 매진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웬만한 맛집에 찾아가 음식을 주문해 먹는 것보다
음식 사수하는 게 더 힘들다.
우레시노온천, 후루유 온천과 함께 피부가 부드러워진다는 미인온천을 보유하고 있는 타케오 온천
마을 자체가 조용해서 느긋하게 거닐기 좋다.
판매역 : 규슈 사가 타케오 온천역
가격 : 1,260엔
에키벤 종류 #4. 쿠리메시 에키벤
1965년에 출시된 이후, 지금까지도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그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구리메시 에키벤은 소박함이 느껴지는 도시락인데, 영양가 있는 밤을 주제로 하고 있어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메뉴다.
판매역 : 히토요시역
가격 900엔
에키벤 종류 #5. 카시와 메시 에키벤
닭 육수를 이용해 만든 밥 위에 황계 고기와 노란 달걀 지단과 김을 올려 먹는 도시락이다.
가격대도 적당하고, 간이 좀 약하다 싶으신 분들에게는 고추장을 섞어 먹는 걸 추천한다.
기타큐슈시의 교통의 중심지로 불리는 오리오역, 기차시간이 남았다면 역주변을 천천히 거닐어 보는 걸 추천한다.
판매역 : 기타큐슈 오리오역
가격 : 750엔
재료를 섞지 않고 원래 상태의 재료를 유지하여 먹는 에키벤
하나의 음식 속에서 다양한 맛을 찾을 수 있고, 지역의 특색을 파악할 수 있다.
각 요리가 어우러져 재료가 다양하다 보니 시각적인 매력을 어필하기에도 충분하다.
여행을 하면서 에키벤을 먹기 좋은 이유는 불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닌,
이동하면서도 충분히 먹을 수 있다는 점이 또 하나의 매력 포인트다.
기차안 에서의 식사도 기억나지만, 기차역 앞 벤치에 앉아 먹는 에키벤은 여행의 낭만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