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시작하고 완성하는 공간,혼자 가는 해외여행 나에게 꼭 맞는 숙소 고르기
잠에서 깨어나 눈을 떴을 때 방 안의 낯선 공기, 낯선 풍경을 마주하는 것, 하루를 마무리하며 나의 냄새가 배어 어느덧 익숙해진 침대 위에 엎드려 일기를 쓰는 것, 보이는 풍경이 베란다에 널어 놓은 빨래들이 즐비한 주택가의 모습일지라도 창가에 앉아 창밖으로 시선을 던져보는 것, 또 다른 이방인들과 시간과 경험을 나누며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 보는 것. 여행지에 잠시 튼 새로운 나의 둥지에서 경험할 수 있는 멋진 시간들이다.
그래서 여행지에서 숙소는 단지 짐 풀고, 발 닦고, 자는 곳이 아니다. 오늘 하루의 여행을 정리하고, 내일의 일정을 구상하고, 몸과 마음에 쌓인 피로를 풀고, 내일을 위해 다시 에너지를 충전하는, 말하자면 여행을 시작하고 완성하는 공간이다. 그 의미가 특별한 만큼 숙소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고려해야 할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더군다나 '혼자 가는 해외여행' 이라면 따져야 할 것들은 더욱 많아진다. 일행이 있다면 '덜'해질 고민들, 돈 문제, 안전 문제까지 두 배로 해야 한다. 교통이 편리한 곳에 위치해 있어야 하고, 침대와 침구가 깨끗하고 안락해야 하며, 조식이나 석식이 포함되어 있다면 맛도 있어야 하고, 이왕이면 근사한 뷰도 갖춘 곳이면 좋겠다.
머릿속에 내가 원하는 숙소의 모습이 대충 그려졌다면 호텔, 에어비앤비, 한인게스트하우스까지
다양한 형태의 숙소들을 꼼꼼하게 살펴보자.
온전히 나만을 위해 존재하는 공간, 호텔
거대한 빌딩 안에 빼곡하게 들어선 수많은 객실들에 낯선 나라, 낯선 도시를 찾은 이방인들이 들어차 있다. 낯선 공간 안에 마음껏 뒤섞였다가 호텔로 돌아와 조용한 복도를 지나 방으로 향한다. 묵직한 문이 서서히 닫히고 말끔하게 정돈된 하얀 침대 위에 몸을 뉜다. 오롯이 나만의 공간에 안착하는 느낌. 어딘가 먼 곳으로 떠나지 않고도 서울 시내의 호텔에 투숙하며 바캉스를 즐기는 사람들도 많은 걸 보면 호텔은 그 공간 안에 머무르는 것만으로도 이미 '여행하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매력적인 공간임에 틀림없다.
호텔은 브랜드 호텔, 비즈니스호텔, 부티크 호텔 등 그 종류가 다양하며 객실 요금 또한 천차만별이다. 등급에 따라 딸린 편의시설 역시 큰 차이가 나는데 수영장, 피트니스, 레스토랑, 바와 같은 시설들을 갖춘 호텔이라면 혼자 보내는 시간이 지루하지는 않을 것이다.
호텔의 특성상 완벽하게 사생활이 보장되기 때문에 온전하게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은 여행자에게 호텔은 완벽한 공간이다.
익스피디아(www.expedia.com), 아고다(www.agoda.com), 호텔스닷컴(www.hotels.com), 호텔스컴바인(www.hotelscombined.co.kr) 등은 웹이나 스마트폰 앱을 통해 전 세계 호텔 검색 및 실시간 예약이 가능하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면 호텔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의 예산과 일정에 맞는 프로모션을 확인하고 이용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호텔에는 여행자들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도미토리룸이 없기 때문에 혼자 여행하며 비용을 줄이고자 하는 여행자라면 부담스러울 수 있다. 호텔은 비교적 개인적이고 폐쇄적인 성격을 띠고 있어서 다른 여행자들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으며, 배낭여행에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기도 어렵다.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호텔에서 지내는 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고 좀 외롭기도 했다.
현지인의 생활 공간 속으로 들어가 보는 새로운 경험, 에어비앤비
에어비앤비는 세계 최대 숙소 공유 서비스로, 호스트는 자신의 방, 집, 별장까지 사람이 지낼 수 있는 모든 공간을 빌려줄 수 있다. 게스트는 침대 하나를 빌릴 수도 있고, 집 한 채를 통째로 빌릴 수도 있다. 호텔 못지않은, 아니 그보다 더 훌륭한 시설을 갖춘 숙소도 많다. 또한 숙소들이 대도시, 관광지 주변에 한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비교적 폭넓게 분포되어 있기 때문에 여행자들이 자신의 취향과 예산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수많은 옵션이 존재한다. 웹과 앱 서비스 모두 위치와 가격을 비교하여 검색하기에 매우 편리하다. 무엇보다도 에어비앤비는 현지인들이 자신들의 거주 공간을 여행자와 공유하는 것이기 때문에 낯선 나라를 찾은 여행자들에게 잠시나마 '현지인'이 되어보는 경험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현지인의 집에 머무르며 그들의 생활과 문화를 들여다보고, 여행자들이 어디에서나 접할 수 있는 흔해빠진 정보가 아닌 현지인들만 아는 생활밀착형 정보, 예를 들어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싸고 맛있는 식당', '요일별 마트 할인 행사', '요즘 뜨는 펍이나 클럽'과 같은 알짜배기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큰 매력이다.
하지만 에어비앤비는 즉시 예약할 수 있는 숙소가 한정되어 있고 호스트에게 예약 요청을 보내고 호스트가 이를 수락하여 예약이 확정될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명시된 요금 외에 추가되는 수수료가 있고, 호스트가 별도로 요구하는 보증금이나 청소 요금이 있을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에어비앤비의 숙소들은 호스트의 생활 공간이기 때문에 게스트의 사생활 혹은 자유가 완벽하게 보장되기는 어렵고, 까다로운 호스트의 경우 불편한 점도 여러가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에어비앤비는 호스트와 게스트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만 할 뿐 모든 절차와 결정은 호스트에게 달려있다. 따라서 변수가 생길 경우 변경이나 취소 과정이 다소 번거로울 수 있다. 확실한 신분 확인 절차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불거지는 안전상의 문제는 혼자 하는 여행의 경우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가족처럼 친근하고 집처럼 편안한, 한인게스트하우스
한인게스트하우스는 그 숫자가 많지는 않지만 한국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대도시들, 유명한 관광 도시들, 예를 들어, 파리, 런던, 뉴욕, 로마와 같은 곳이라면 어디에나 있다. '민박다나와', '한인텔'등을 통해 전 세계의 한인 게스트하우스를 검색하고 실시간 예약할 수 있다. 한인텔(www.hanintel.com)의 경우 숙소 검색 및 예약은 물론 공연이나 경기 관람 티켓, 투어, 심카드나 버스 티켓에 이르기까지 여행자들에게 필요한 사소한 것들까지 대신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서 혼자 하는 여행자들이라면 이용해볼만하다.
해외에서 정착하여 사는 한국인이 운영하므로 외국어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진 여행자라면 부담을 갖지 않아도 된다. 그들은 한국인 여행자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혼자 하는 여행에서 생길 수 있는 여러 가지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얻거나, 한국인 일행을 얻기에도 어려움이 없어서 혼자 여행을 떠나왔지만 한국인 여행자들과 어울리며 인연을 만들고 싶은 여행자에게 적합하다.
무엇보다도 대부분의 한인게스트하우스에서 한식을 제공한다는 점은 최고의 메리트이다. 많은 여행자들이 입에 맞지 않는 음식 때문에 여행지에서 고생하기도 하고, 음식이 입맛에 맞는다 하더라도 여행을 하다 보면 곧 한국 음식이 그리워지게 마련이다. 한국인이 만들어낸 진짜 '한국 음식'을 먹으면 여행 중 쌓인 피로가 단번에 풀리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한인 게스트하우스들은 도미토리가 있기 때문에 저렴한 비용으로 머무를 수 있고, 대부분 주요 관광지에서 멀지 않은 좋은 위치에 자리 잡고 있어 여행지가 대도시, 유명 관광도시라면 더욱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인들이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숙소에서 현지인이나 다른 나라의 여행자들을 만나 교류하기는 어렵다.
자, 이제 혼자 떠나는 여행을 '완성형'으로 만들기 위해 어떤 숙소를 선택할 것인가. 우리 앞에 수많은 선택지가 놓여있다.
윤작가의 여행 TIP 1
윤작가의 여행 TIP 2
윤작가의 해외여행 추천숙소 : 낯선 해외 여행지에서 한국인을 만나는 건 마치, 오랜 중학교 동창생을 만나는 기분이다. 새로운 한국인 친구를 만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은 한인게스트하우스. 실제로 한인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나 여행일정을 함께 해 아직도 연락하는 친구가 있다. 소중한 인연을 만들고 싶거나, 현지 음식을 즐길 준비가 되어 있지만 하루 한 끼 정도는 한국 음식을 편하게 먹고 싶은 여행자라면 한인게스트하우스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