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스튜디오의 영화를 보면서 여행가로서 느낀 감상은
"뉴욕 사람들은 불안해서 어떻게 사나." 하는 걱정이었다.
매년 블록버스터의 계절이 돌아오면 또 어떤 악당이 뉴욕을 파괴할 것인지,
아마 그것이 할리우드의 영화 관계자들이 고민하는 주제일지도 모른다.
때문에 대중매체로부터 우리가 기억하는 뉴욕의 모습은
대개 쓰러져가는 자유의 여신상이나
무너져 내리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이미지 같은 것들이다.
동시대의 가장 아름다운 도시 중 한 곳인 뉴욕을
폐허의 모습으로만 기억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다행히, 뉴욕은 가장 많은 슈퍼 히어로들이 사는 도시이기도 하다. 난세가 영웅을 만들듯이, 수많은 침략은 수많은 영웅을 낳았다. 이들이 지켜낸 뉴욕의 아름다움은 어떤 것일지, 또 이들이 공유하는 뉴요커의 일상이란 무엇인지, 뉴욕으로 떠나보자. 어쩌면 빌딩 사이사이에 미처 닦아내지 못한 스파이더맨의 거미줄이 남아있고, 아이언맨이 날아다니며 깨먹은 유리창이 붙어 있을지도 모르는, 바로 그 매혹적인 도시로.
뉴욕은 지나치게 풍부한 선택사항에 과부하를 일으키는 곳이다. 방대한 즐길 거리 앞에서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방황하고, 잘못된 선택을 하고, 시간을 허비하고 돌아오기 일쑤다. 때문에 여행자들은 뉴욕여행에 있어 어쩔 수 없이 어느 정도 전략적이어야 할 필요가 있다. 무엇을 더하고 무엇을 뺄 것인가? 알뜰살뜰, 뉴욕여행 전략을 살펴보자.
'세계의 수도' 라는 별명답게, 빽빽한 고층 빌딩이 만들어내는 뉴욕의 스카이라인은 그 자체로 굉장한 볼거리다. 많은 사람들이 뉴욕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Empire State Building>전망대로 몰려가지만, 엘리베이터를 향한 기나긴 행렬과 $50라는 어마어마한 가격은 오히려 스카이라인의 감동을 앗아갈지도 모른다. 비슷한 수준의 전망을 <록펠러 센터 Rockefeller Center>의 탑 오브 더 락 (Top of the Rock)에서 훨씬 빠르게 볼 수도 있다.
* Top of the Rock : 입장료 현장 $32 (예약 시 할인 가능)
좀 더 편하게, 뉴요커처럼 스카이라인을 즐기고 싶다면 루프탑 바에서 한잔하는 것도 방법이다.
특별한 경험에 비용을 아끼지 않는 여행자라면 헬기를 타고 뉴욕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직접 표를 구매하는 것보다 예약을 하면 $20~30을 할인받을 수 있으니 꼭 미리 알아볼 것.
(헬기 안내 사이트 : www.heliny.com)
뉴욕이 세계의 상징 쯤 된다면, 타임스퀘어는 뉴욕의 상징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만약 뉴욕에 첫발을 디딘 여행자라면 반드시 가보아야 하는 곳이기도 하다. 수많은 광고판이 만들어내는 근 미래적인 생동감이 묘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이와는 정 반대로 뒤로 이어지는 브로드웨이는 고풍스러운 연극과 뮤지컬로 가득한 유럽식 극장 거리를 방불케 한다. '캣츠'나 '레 미제라블' 같은 클래식 뮤지컬을 본토에서 즐기는 것도 굉장히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서울 사람들이 특별한 일이 없으면 명동거리에 나가지 않듯이, 뉴요커들도 연극을 보거나 업무가 없다면 굳이 찾아가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한 블록마다 두 세 명의 아이언맨과 배트맨이 서성거리고, 셀 수 없이 많은 여행객들이 바글거리기 때문. 공연 관람 계획이 없다면 재빠르게 감상하고 뉴요커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오는 것이 좋다.
대중문화의 중심으로 알려진 뉴욕이지만, 실제로 뉴욕은 현대미술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고풍스러운 회화나 조각은 유럽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Metropolitan Museum of Art>에는 미술의 기원부터 근현대 미술을 망라하는 작품들이 그득하고, <모마 MoMa>로 알려진 현대미술관 (Museum of Modern Art)과 <구겐하임 박물관 Guggenheim Museum>은 건물 자체부터 작품까지 근현대미술의 첨단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뉴욕의 콘크리트 숲 사이에 숨어있는 짙은 예술의 향취를 놓치지 말 것.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우 로비에 붙어있는 가격은 입장료가 아닌 연령별 추천 기부금(Recommended Donation)이다. 자신이 원하는 만큼, 설사 10센트라도, 내면 입장이 가능하다. 기부금을 내면 핀을 옷에 달아주는데, 하루 종일 원하는 만큼 미술관을 관람할 수 있다. 구겐하임 미술관이나 모마의 경우 입장료는 조금 비싸지만 근, 현대 미술을 제대로 감상하고 싶다면 방문 필수 코스이다. 대부분의 미술관이 로비에서 짐과 외투를 무료로 맡아주고 있으니 편한 감상을 위해 이용하는 것을 망설이지 말자. 지친 다리를 쉬어가는 특별한 장소로, 미술관과 박물관을 방문하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맨해튼 안에서도 스트리트 별로 분위기가 휙휙 달라지는 뉴욕은 '보로(Borough)'를 넘어가면 다시 한 번 모습을 달리한다. 다섯 개의 '보로(Borough)' 중 하나인 맨해튼에 수많은 볼거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 바깥에도 여전히 뉴욕의 볼거리들이 즐비하다. 배를 타는 수고를 조금 더한다면 스태튼 아일랜드의 '리치먼드 역사 마을'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17세기, 미국 초창기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미국의 민속촌과 같은 곳이다. 허드슨 강 건너 맨해튼을 조망할 수 있는 브루클린 하이츠의 프로메나드나 퀸즈의 퀸즈 박물관도 빼놓을 수 없는 장소.
뉴욕의 다양한 모습을 모두 둘러보고 오는 것이 진정한 뉴욕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5개의 보로 중 여행객이 방문하기에는 위험한 곳이 존재하지만, 이를 잘 피해 숨어있는 뉴욕의 매력을 찾아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가 될 수 있다.
+ 윤작가의 뉴욕여행 Tip
1. 핸드폰은 필수품이다
핸드폰 로밍은 오늘날 해외여행에 있어 필수적인 통과의례가 되었지만, 많은 뉴욕여행자들은 이를 간과하고는 한다. 도시 곳곳에 설치된 공중전화가 참으로 친숙해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되도록 공중전화는 눈으로만 보기로 하자. 대부분은 노숙자들의 다용도 공간이기가 일쑤다.
2. 빛을 쫓아다닐 것
뉴욕이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도시임에는 틀림없지만, 여행자에게 가장 안전한 도시가 아니라는 점 또한 사실이다. 어둑한 골목이나 늦은 밤의 지하철 역, 센트럴파크, 할렘가 등은 밤에는 반드시 피해 다녀야 한다. 사람이 많고 밝은 곳을 찾아다니는 것은 여행자의 필수 덕목이다.